언젠가 서울교구 신부님께서 의뢰하신 고서를 수리하다가,

그안에 붙은 과자(빵)부스러기 혹은 연필자국과 얼룩들을 보며,

언제가 휴가때 들렸던 어느 미술관의 그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그림에대해 지식이 있거나 조예가 깊어서가 아니라,

남느니 시간이요 할일도 없었기에 들렸었지요.

17,8세기 화가들의 사실화들이었는데, 자세히 보다보니 그 인물들의 삶에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지금은 가고 없겠지만 그림속에서 때로는 행복한 표정으로 때론 슬프고 인생의 무게에 짛눌려 있는 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의 삶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위의 그 책을 보면서도 한 가난한 학생의 이야기를 혼자 상상해 보았습니다. 

혹은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왔겠지만,

추운 겨울날 먹을거라곤 단 한덩어리 마른 빵과 베이컨 약간,

지붕밑 방에 홀로 모포를 두르고 거의 꺼져가는 난로 옆 작은 책상에 빵과 물로 끼니를 떼우며,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조금씩 부스러기를 흘렸겠지요.

어쩔수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얻기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책속에는 그 내용들뿐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삶의 흔적들 역시 종이에 활자로 뿐아니라 이를테면 빵부스러기, 커피 흘린 흔적들해서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로 찍혀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전자북 이다 해서 책들이 많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역시 곰팡내 풀풀 풍기는 책들이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