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과 기쁨 <마르코 6, 34-44>

세상에서 서러움 중 가장 큰 설움은 먹지 못하는 설움이라 합니다.

오늘 주님은 군종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먹지 못하면 죽음까지 이르고, 먹지 못해서 죽어가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많이 있어 우리가 자비를 구하는 첫째는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하는 주의 기도문입니다. 지금도 노인들이 먹을 것이 있어도 차려 주는 사람 없어서 급식소에 나가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있지만, 예전에는 더 심각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1952년도 수도원이 왜관에 정주하면서 첫 번째 한 일은 식사 후 노숙자들에게 수도원 정문에서 음식을 나누어 주는 일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고기를 설날이나 어느 초상집, 잔칫집에서 얻어먹는 것이 흔한 일이었습니다. 먹고 마시는 일은 생명을 보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주님은 먹고 마시는 기적으로 우리를 먹고 마시게 하십니다. 물이 술이 되게 하시고, 오병의 기적, 물고기를 잡게 하는 기적, 가장 놀랄만한 기적은 빵과 포도주를 주님의 몸과 피로 변화시켜 세상 끝날까지 행하도록 명하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말씀 하나로 이루어졌습니다. 하느님의 말씀 한마디로 하늘과 땅이 생겨난 이유로 “한 말씀만 하소서. 내 영혼이 나으리다.” 하는 영성체 전 기도는 백부장 믿음의 말씀이지만 가장 유효한 말씀입니다. 지금도 창조는 지속하여 숨 쉴 수 있는 공기, 태양의 에너지 공급, 땅에서 생산되는 먹거리, 마시는 물 모두가 실존적 의미가 있습니다. 옛날에 만들어 놓은 것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각에 여기 사는 사람들이 살기 위한 먹거리를 만들어주고 계십니다. 하느님이 아니시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더욱 우리가 마음으로 체험하고 마음을 써야 할 일은 미사 때 일어나는 두 가지 길의 먹거리입니다. 단순한 빵이 주님의 몸으로 포도주가 주님의 피로 변화되어 주님의 생명에 참례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간이 바라고 기대하지 못한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가 미사 때마다 재현되는 현상입니다. 너무나 큰 은총이며 여기에 참례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의 어떤 참례보다 위대하고, 거룩하고, 아름답고, 소중한 인간의 먹고사는 일의 즐거움과 기쁨의 절정입니다. 감히 바라지 못할 일이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단에서 이루어집니다. 성체성사의 신비와 십자가상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세상 끝날까지 믿는 이들에게 허락하신 주님을 찬미 찬송합니다.

믿는 이들 모두가 의무적이거나 형식적이거나 습관적 참례가 아니라 진실과 사랑으로 참례하는 믿음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