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한 불치병 환자 <루카 5, 12-16>

오늘 나환자 치유 이야기는 저와 관계되는 역사가 생각이 납니다. 왜관에 자리 잡은 우리 수도회는 주위에 나환자가 많아 성주, 칠곡, 상주에 5~6개소에 나환자 촌락이 있어 가난한 나환우를 돌보고 전적으로 생활 터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수련 때부터 들리고 돌보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30~40대 후반까지 나환자촌에 피정 지도 차 부산에서 세 군데, 칠곡과 성주 세 군데, 상주군 두 군데, 소록도까지 피정을 3박 4일 지도하러 갔을 때 가장 보람 있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본당 50여 곳, 수녀원 40여 곳 다녔지만 가장 많이 배우고 체험하였습니다. 여러 곳에서 공통으로 본 것은 얼굴에 코도 없고, 입도 찌그러지고, 손도 없고, 다리도 없어 이유를 알아보니 나병은 감각이 없어서 신체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가련한 현상은 지금은 의학의 발달로 치유되지만, 우리 환경의 가련한 불치병이 있습니다.

진, 선, 미를 떠나 살면서 무감각한 사람들 권력이나 재력이나 명예에 매어 올바른 의식을 잃은 사람, 마치 찬물에 열을 가하는 냄비에서 뜨거운 것을 알지 못하는 개구리 같은 현상입니다.

지금 우리 세상은 위험이 닥쳐와도 위험인지 모르고 놀고 술 마시고 희희낙락하며 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나와서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와 생각할 것이 많아서 잊고 사는 사람들은 가련한 불치병에 걸려있습니다. 잊는다는 것은 한자로 마음 “심”자와 망할 “망”자가 붙어 있습니다.

어디서나 하느님을 찾아 만나고 어떤 절망의 처지에도 주님 함께 계시면 두려움 없습니다. 오늘 시편 37, 6-13을 보면 상처를 “벗들과 동무들이 내 상처를 멀리하고 근친조차 먼발치에 서 있나이다.” 하지만 주님은 격리되고 멀리 있는 이들 가까이 가셔서 불치의 병을 고쳐 주셨듯이 우리는 하느님을 가까이하면서 불가능을 희망으로 이끌어갑시다.

믿는 사람들이 불치병에 걸려 어둠에서 헤매고 세상의 악에서 짓눌려 살지 않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자기 안에 갇혀서 잘못 판단하고, 자기 사상에 빠져 밝은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먼저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