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 신자들의 관심과 도움입니다. 성 베네딕도회는 지난 100여년간 한국의 복음화를 위해 아낌없이 헌신해 왔습니다. 이젠 한국 신자들이 베풀어 주실 때입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화재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7일 방한한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아 연합회 총재 예레미아스 슈뢰더(42) 총아빠스는 왜관 수도원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한국 신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화재급 겸재 정선의 화첩을 아무런 조건없이 우리나라에 반환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슈뢰더 총아빠스는 "왜관 수도원 복구를 위해 오틸리아 연합회 전 수도자들이 기도하고 성금을 모으고 있지만 이것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왜관 수도원은 오틸리아 연합회 중 인적 자원이 가장 많은 수도원일뿐 아니라 교육을 잘받은 젊은 수도자들이 많아 가장 활기찬 수도원"이라고 평가한 그는 "오늘의 난관을 잘 극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슈뢰더 총아빠스는 또 성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10월 왜관 수도원에서 전 세계 성 오틸리아 연합회 총재들이 참석하는 '평의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때문이라도 2009년 10월 이전에 왜관 수도원 복구 작업이 완벽하게 마무리돼야 한다"면서 한국 교회와 신자들의 적극적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슈뢰더 총아빠스는 또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성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 전시회를 2009년에 개최할 예정"이라며 "100주년 전시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과거의 회상을 통해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기획전으로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슈뢰더 총아빠스는 "앞으로 왜관 수도원은 한국교회 신자들의 영성적 성장뿐 아니라 북한과 중국, 일본 선교에 한 몫을 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수도자들은 더욱 전례에 충실할 뿐 아니라 외국어 습득 등 국제적 소양을 키워나가는 데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슈뢰더 총아빠스는 방한 일정 동안 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김원웅 의원에게 겸재 화첩 반환에 대한 감사패를 받았다. 또 100주년 기념 사업 준비를 위해 시복대상자 36위 선정, 왜관 수도원 및 서울 요셉 수도원 순시, 국립중앙박물관 및 한국교회사연구소 방문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11일 귀국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